2009년 11월 19일 목요일

[라이너스의 일본 그래픽 기행#5] 나카무라 유고 인터뷰




일본 뿐 아니라 세계 인터랙티브 디자인계의 슈퍼스타 나카무라 유고(Yugo Nakamura). 자신을 프로그래머이자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는 그는 공학부 출신의 교량 설계사(橋梁)라는 특이한 배경을 가진 디자이너로, 유니클로(Uniqlo)의 유니클락 스크린 세이버, ffffound.com 등의 작업으로 잘 알려진 스튜디오 THA의 수장이다.
2009 Tokyo TDC 어워드에서 인터랙티브 부문으로 이례적으로 그랑프리를 수상한 나카무라 유고를 만나보았다.



나카무라 유고의 인터뷰 답변을 처음 받아 보았을 때에는 약간의 당혹감이 들었다. 그의 스튜디오인 THA의 철학이 무어냐는 질문에는 "특별한 철학은 없습니다. " 라는 대답이 돌아오고, 앞으로의 인터랙티브 디자인 트렌드에 전망에 대한 질문 등에는 '음...말하기 어려우니 패스.' 라고 짧게 쓰여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또 '요즘 좀 지치셨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가....'라고 생각하려고 하니 다른 질문들에는 굉장히 성실한 답변들이 들어있는 것. 보통 디자이너들의 인터뷰와는 다른 느낌이 드는 이분의 이력을 살펴보고서야 아하- 하고 감이 왔다. 디자인학부 출신이 아닌 이공학부, 거기에 전 교량 설계사라는 직업을 가진 디자이너였던 것이다.
"학생시절 프로그래밍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대학교 1학년 때 마침 제1차 Mac붐이 일기 시작하며 에나미 나오미(江並直美)씨의 ’디지털로그’ 레이블을 비롯한 CD-ROM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팝업 컴퓨터’ 발매한 마츠모토 겐토(松本{弦人)’ 도 화제가 되었는데,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닌 개인의 이름이 알려지는 게 참 재밌네-' 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은 건축학부로, 교량관계 설계 사무소에 취직, 고속도로의 교량 디자인을 담당하며 4년간 근무했죠. 그 일을 하면서 취미로 웹사이트를 만든 게 주위에서 평가를 받기 시작했는데 ‘이러다가 이게 본업이 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올린 개인 사이트를 대학원 시절에도 운영 하고 있었습니다만, 취직하고서는 잠시 그만 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일하는 중 틈틈이 기분전환 하는 셈 치고 다시 시작한 게 결국은 이렇게 본업이 되어버렸습니다. "
이 후 그는 2004년 스튜디오THA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인터랙티브 디자인 세계에 뛰어들게 된다. 수장인 그를 비롯, 아베 요스케(阿部洋介), 엔지니어인 기타무라 케이타(北村慶太) 등 8명이 웹 사이트와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중심으로, 영상, 공간 인스톨레이션 제작 등을 주로 맡는 디자인 사무소로, 디자인 철학은 ‘좋은 디자인을 만들자’라고 한다.
나카무라 유고와 스튜디오 THA는 인터랙티브 디자인으로 유명한 곳.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것도 인터랙티브한 프로그래밍 계통의 일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향을 받고 존경하는 디자이너로는 존 마에다(John Maeda) 를 꼽는다고. "22~23살 때 즈음 존 마에다씨의 '리액티브 그래픽스(Reactive Graphics)'를 접했습니다. 이것도 디지털로그에서 발매한 것이었죠. 심플하면서도 굉장히 기발한 아이디어에 '와 정말 재밌다!'라고 생각했었죠, 이를 보고 '나도 컴퓨터로 디자인을 해보자' 라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프린트 디자인은 '고정/정착'으로서 존재하는 데 비해 컴퓨터 위에서 움직이는 프로그램은 영속적인 '해방'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그래픽 디자인은 '구운 생선'인 반면 인터랙티브 디자인은 '활어'라는 전제하에, 이번 Tokyo TDC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NOW UPDATING…5 THA / Yugo Nakamura의 인터랙티브 디자인' 전시회를 일종의 '활어 견본시장' 으로 설정하고 기획했다고 한다.
"2008년 8월 긴자 그래픽 갤러리에서 열린 이 전시회는 원래 THA가 만들어온 웹 디자인을 전시하려는 생각에 전시회 의뢰를 받은 것이었는데, '웹사이트면 그냥 집에서 봐도 되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전시회에서는 적어도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을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 새로운 해답을 몇 가지 시험해 본 것 입니다. '모니터를 위아래로 길게 만들어 프로포션을 바꾸니 재밌네- '라던가 하는 식으로요. 또 어떤 것은 전부 뜯어 고쳐 천정에 컴퓨터 모니터가 하나 있고, 그 컴퓨터가 내보내는 시계의 타이밍에 맞추어 다 같이 움직이도록 해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마우스를 하나도 놓지 않은, 전시회를 찾아오신 분들이 인터랙션을 체험을 하지는 못하는 전시회가 되어버렸죠. 하지만 그 안에 흐르고 있는 여러 가지 규칙이나 동작원리 등을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 고 생각하며 만들어 보았습니다. "




스튜디오 THA는 웹서비스 작업 및 실험도 꾸준히 하고 있다. 한국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꽤 알려져 있는 ffffound!(ffffound.com)도 이들의 히트작 중 하나.
"ffffound!는 스튜디오 THA의 아베 요스케와 기타무라 케이타를 중심으로 만든 웹서비스 입니다. 세계 곳곳의 웹사이트에서 '오! 기발한데!하고 생각한 이미지를 바로 떼어다가 사이트상에서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인데, 저희는 이것을 '이미지 북마킹'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른바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사교계의 필터를 통해, 좋은 이미지를 필터링하는 서비스' 중에서는 꽤 괜찮은 평가를 얻고 있다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ffffound!를 통해 이제껏 본 적 없었던 이미지 파일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렇게 유저들을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서비스형식,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또 다시 그 속에 있는 한명의 유저이기도 한 아이러니한 우리들은 뭘까...라고 제작을 담당한 아베씨와 이야기한 적도 있습니다. "
ffffound!의 방식을 가져온 다른 서비스로는 다른 이들의 블로그, 트위터 등에서 본 글귀를 떼어다 공유하는 인용베타(引用beta,inyo.jp)라는 사이트도 있다.
"인용베타는 『FFFFOUND!』의 속편으로 만든 것으로, 블로그와 일기에서 인상 깊게 본 '단어의 단편' 들을 인용, 떼어내어 그것을 사이트상에서 공유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아래는 인용베타 사이트에서 인용한 말입니다. '인용베타라는 것은 문맥을 떠나, 힘을 가진 언어와 그 가치를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웹서비스이다. 인용문의 집적(集積)만으로 유저의 이상한 센스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참혹한 전장이기도 하다. ' 라고 쓰여 있는데, 너무 마이너한 느낌이었던 걸까요, 크게 히트를 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말 재미있는 웹 사이트이니, 시간 나실 때 한번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하지만 문제는 이 인용구들이라는 게 모두 일본어로 되어있다는 사실! 안타깝지만 ffffound!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기는 힘들 것 같다.




언제나 한발 앞서는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그에게 있어 영감의 원천은 무엇일까.
"세상에는 저와 같은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그러한 사람들이 하는 작업들을 꽤 참조하는 편입니다. '이것 봐, 이런 게 있어'라고 국내외의 친구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있지요. 인터랙티브 디자인의 주요 토픽에 대해, 같은 흥미를 가진 집단 전체가 나와 함께 생각하고 있다는 일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사고방식에 자극을 받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종류가 다른 사업을 하고 있고, 각자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에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
마지막으로 그가 생각하는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자질을 물어 보았다.
"어느 디자인계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작업을 위한 재료들은 이미 준비되어 있고, 퀄리티는 거기에 이것저것 넣어보고 밸런스를 변화시키는 데에 달려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어떤 대상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확!하고 극적인 변화를 불러 올 수 있습니다. 우수한 그래픽 디자이너는 그런 세세한 것들을 섬세하게 잘 알아내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